중국은 왜 비밀경찰서를 만들었을까 (feat. 김지윤의 롱테이크)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김지윤 박사께서 중국 비밀경찰서 의혹을 국제법적으로 분석한 대담 영상을 게재했다. #중국비밀경찰
(※ 이 채널 '김지윤의 롱테이크'는, 김지윤박사의 원래 채널인 #지식Play 가 정제되고 잘 편집된 10-20분 내외의 영상을 주로 게재하는 것과 비교하면, 좀더 자유롭게 이슈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만든 채널로 생각된다.)
이 이슈는 본질적으로는 정치적 이슈라고 생각함.(법과 정치를 완벽하게 분리해서 얘기하긴 어렵긴 하지만..)
근데 법학 교수님(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기범 교수, 국제법 전공)을 모시고 얘기하니 또 국제법에 관련된 풍부한 얘기꺼리들이 나오는구만. 논란의 주인공인 중국식당 주인이 '질병 등 돌발적 상황으로 (한국에서) 죽거나 다친 중국인이 귀국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한것(출처:연합뉴스)에 포커스를 둔 영상이다.
영상이 53분으로 길어서 주요 내용만 정리하면 이렇다.
(※ 이하는 위 영상의 내용에 제가 살을 조금 붙였습니다.)
1. 이 사건의 법적 이슈
2. 중국은 왜 이런짓을 하는가. 왜 범죄인 인도 절차를 안쓰는가
3.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1. 이 사건의 주요 법적 이슈
이 사건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중국의 위법사항은 내정 불간섭 원칙 위반,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1963) 위반,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한 국가와의 관계에서는 해당 조약 위반이다.
<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1963) >
제4조 영사기관의 설치
1. 영사기관은 접수국의 동의를 받는 경우에만 접수국의 영역내에 설치될 수 있다.
2. 영사기관의 소재지, 그 등급 및 영사관할구역은 파견국에 의하여 결정되며 또한 접수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3. 영사기관의 소재지, 그 등급 또는 영사관할구역은 접수국의 동의를 받는 경우에만 파견국에 의하여 추후 변경될 수 있다.
4. 총영사관 또는 영사관이, 그 총영사관 또는 영사관이 설치되어 있는 지방 이외의 다른 지방에, 부영 사관 또는 영사대리사무소의 개설을 원하는 경우에는 접수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5. 영사기관의 소재지 이외의 다른 장소에 기존 영사기관의 일부를 이루는 사무소를 개설하기 위해서도 접수국의 명시적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내정 불간섭 원칙은 너무나 당연한 국제관습법이고, 이 중에서도 경찰권을 행사한 것은 집행관할권의 침해에 해당한다. 그리고 해외에 소재하는 중국인 범죄인을 이런식으로 귀국시키는 것은, 인도조약이 체결된 국가에서라면 해당 조약 위반이고,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라면 해당 범죄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물론 중국은 해당 중국인을 설득Persuade하여 귀국시킨다고 주장하나, 이 설득이 어떤 설득인지는 당사자만 알 것이다. 교수님 설명에 의하면 '귀국 지원'이 합법이려면 인도적 지원에 국한되어야 할 것이라 하는데, 예를 들어 항공권 비용에 대한 금전지원이 이에 해당한다. 그 외에 영사관의 고유 업무인 행정업무를 하게 되면 비엔나 협약 위반이다.
근데 금전지원이라고 다 합법일까..? 그건 아닐꺼 같은게, 가장 흔한 수법이 중국에 남아있는 가족을 볼모로 협박하는 거라고 하던데, 그렇게 협박한 담에 뱅기표 사주면 그걸 인도적 지원이라고 할수는 없겠지.
정리하면,
1) 귀국(송환)을 종용하는데 설득만 했는지, 사실상 강제 귀국 시킨건지
=> 설득만 했으면 아무 이슈 없으나 강제 귀국시킨거면 주권(집행관할권) 침해이며 범죄인 인도조약 위반(맺었을 경우)
2) 설득은 어떤 방법으로 한 것인지
=> 우리가 아는 그 설득이면 아무 문제 없으나, 본국에 남아있는 가족이나 재산을 자꾸 들먹였다면 그건 공갈/협박으로 범죄 아닌가?
3) 귀국하는데 필요한 지원은 금전지원만 했는지 행정지원도 했는지 (여권 유효기간을 연장해줬다등가)
=> 행정지원이나 영사관 고유업무 해줬다면 비엔나협약 위반.
이정도 될꺼 같다. 근데 1번의 강제귀국하고 2번의 공갈/협박이 결국 그게 그거 같긴 하다.
2. 중국이 이런짓을 하는 이유
ㅇ 배경
이 대담에서 언급되는 주요 배경으로는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 시행된 부패와의 전쟁이 꼽힌다.
2014년 여우사냥(猎狐, #FoxHunt ) 작전, 하늘그물(天網, #SkyNet ) 시스템 구축 등 이후 해외로 도주한 부패 사범이 9천여명에 달하고, 인터폴에 의해 적색수배된 자도 100명이라고 중국측이 밝혔다(출처 : 조선일보). 표면적으로는 뇌물수수, 공금횡령 등 경제범죄 죄목이겠지만 이 부패와의 전쟁이 시진핑의 장기집권을 위한 정적제거의 포석이라고 보면 이들 모두가 정치범의 성격을 갖게 된다.
또한 홍콩보안법 시행이후 미국, 캐나다 등지로 망명한 홍콩 분리주의자들을 귀국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즉, 해외로 도주하거나 망명한 정치범들을 국내로 잡아들이기 위한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camp 역할을 이 중국식당 등이 했다는 것이다.
ㅇ 현실적인 이유 : 그 많은 정치범을 무슨수로
국제법을 공부한 수험생들은 너무나 잘 알고있으나 일반인들은 모를수도 있는 원칙이 있는데, 바로 #정치범불인도원칙 이다. 인도 청구된 범죄인이 정치범일 경우 송환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편집된 것인지 모르지만, 이기범 교수가 범죄인 인도조약의 성격과 이론(속지주의, 속인주의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정치범 불인도 원칙은 언급하지 않는다.
물론 중국정부 측에서 인도청구하며 저놈이 정치범이라고 인정할리는 없고, 사기범죄나 경제범죄 등의 죄목으로 청구를 하게 된다. 실제로 그렇게 청구해서 송환된 사례(2018년 Yao Jinqi가 불가리아에서 중국으로 송환)도 있고, 폴란드에 청구하여 인도승인이 난 사례도 있다. (그 이후에 유럽 인권법원에서 이 인도결정이 잘못됐다고 판결하긴 한다.)
그러나.. 해외로 튄놈이 9천명이 넘는다는데, 적법한 절차만으로 다 잡아들이긴 현실적으로 어려워보이긴 한다. 법보다 주먹이 빠르고 가깝다. 위 영상에서는 그래서 중국 정부가 범죄인 송환방법을 two tracks로 운영했을거라고 추측한다. 합법적인 방법과 어둠의 방법.
ㅇ 근본적 이유 : 국제법 질서에 대한 중국의 인식
중국이 현대의 국제법 질서를 인식하는 정서는 한마디로 '부정(否定)'에 가깝다. 천하를 호령하던 中國의 중화질서가 서구의 총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1842년 난징조약 이후 약 150여년 간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은둔했다.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도광양회 韬光养晦)
이 150년간 국제사회는 서구가 주도하여 베스트팔렌체제를 대전제로 하는 주권국가체제가 되었는데, 중국은 이 체제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 체제에서 만들어진 현재의 국제법질서도 받아들일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참여하지 않은 채 형성된 질서를 왜 우리가 따라야 하나
그 대표적 사례가 2016년 PCA의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영유권 주장에 대한 판결로, 중국은 이에 대해 1994년 발효된 해양법협약으로 1953년 확정된 구단선이 근거가 없다고 판단할수는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출처가 명확하지 않다. 주로 한국 언론에 나온 얘기다.)
또한 영상에서 이기범 교수가 지적하기로는, 중국은 국가 대 국가 의 양자구도를 선호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1:1로 진행되는 국제 소송도 회피하고, 따라서 국가 대 국가 간의 범죄인 인도청구도 꺼린다는 얘기다. 이는 기본적으로 상대를 나와 대등한 상대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는게 이기범 교수님의 해석이다. 중국이 공식 발언에서도 대국이니 소국이니 하는 단어를 사용하는것이 그 방증이다. #베스트팔렌 체제를 부정하고, #중화질서 를 재건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3.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영상에서 이기범 교수는, 일단 이 의혹이 사실인지를 밝혀내는 것부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핵심 관계자가 의혹을 모두 부인하는 상황에서, 경험자의 진술밖에 밝혀낼 방법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의혹을 수면위로 끌어낸 Safeguard Defenders 와 같은 국제 NGO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한다. #세이프가드디펜더스
개별 국가가 중국같은 힘을 가진 나라를 상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외교 마찰, 경제 보복 등이 우려될 수 있다. 그렇다고 증거는 없고 의혹만 있는 상황에서 몇개 국가가 협력 대응하는것도 쉽지 않다. 정부간 국제기구도 결국 외교적 고려를 해야하므로 이것도 녹록지 않다며, "러시아를 봐라" 라고 하는데 단박에 이해가 팍 되네... -_-;;
내생각엔, 탐사보도 매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좋을것 같고, 주인공이 중국이니까 보수 언론의 활약이 매우 기대된다. (찡긋-) #조중동화이팅
사족 :
영상 콘텐츠 제목에 김지윤 박사가 '산으로 간' 이라고 써놨는데, 위에 쓴 핵심 줄거리 외에 많은 내용이 얘기돼서 그렇다. 범죄인 인도 관련해서 손정우 사건, 폴란드가 중국에 인도결정한 것을 유럽인권법원이 잘못됐다고 판결한 사례(Liu vs. Poland 사건) 등이 비중있게 다루어진다. (별도의 포스팅으로 소개하겠다.)
또한 교수님이 범죄인 인도조약의 기초가 되는 집행관할권의 이론적 기초인 속지주의, 속인주의, 수동적 속인주의, 보편주의 등에 대한 설명도 하시는데..ㅋㅋ 역시 강의는 학자보다는 학원강사가 잘하긴 한다.
사족2 :
이 이슈의 본질에 대해 잘 몰랐을 때 쓴 포스팅
중국 비밀 경찰서와 공자학원, 소프트파워와 프로파간다의 사이 어딘가
최근 중국 비밀경찰조직이 외국 영토내에서 식당 등으로 위장하여 운영되고 있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중국비밀경찰서 국제 인권단체인 #SafeguardDefenders 및 여러 탐사보도 매체, 언론사들이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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